강아지 보호소 같은 강아지 복지
강아지 보호소 보다 더 신경 쓴 저만의 강아지 복지에 대해 소개합니다.
우리 집 주변에는 10 가구가 모여삽니다. 귀농하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귀농이라고 해도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집은 없고, 텃밭 정도 운영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공통적인 것은 10 가구 모두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인데, 어느 날 우연한 모임에서 화제가 강아지로 모아졌습니다.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가을이가 지구상에서 제일 행복한 강아지’였습니다.
요즘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강아지 복지, 이렇게 하는 겁니다’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강아지 보호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2020년도 7월에 경량목구조 주택을 짓고 입주했습니다.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강아지 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아파트에 살면서 ‘전원주택을 짓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무척 강했었습니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그렇게 갖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면 6개월 정도 있다가 죽는 겁니다. 어머님은 ‘집터가 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집터 때문에 강아지는 나와 더 이상 인연이 아니었습니다.
2020년 9월에 풍산개와 진도의 믹스견을 데려왔습니다. 사실 저는 골든레트리버를 원했었습니다. 그런데 옆집에서 자꾸 데려가라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믹스견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집에서도 강아지를 첫 출산한 터라 5마리 모두 어미와 생이별시키는 게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또 옆에 아이가 있으니 언제라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강아지 이름 짓는 일은 딸에게 맡겼습니다. 좀 큰 강아자 종류를 선호했던 이유 중 하나는 딸아이의 강아지 공포증 때문이었습니다. 손바닥 만한 강아지만 봐도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모든 강아지를 무서워했습니다.
2개월 정도 된 어린 녀석이라 그런지 딸은 무서워하지는 않았는데, 곁을 주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강아지이름을 짓게 했습니다. 본인이 지은 이름이니 애착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강아지와 친해질 것 같았습니다.
딸아이는 ‘캐럴’이란 이름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골강아지한테 캐럴은 좀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던지 다시 지은 이름은 ‘가을이’였습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가을에 태어났다고 그냥 가을이입니다.
가을이는 태생이 마당개라 집안에서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울타리입니다. 집과 정원을 포함한 150평 정도의 공간에 매쉬펜스를 설치했습니다. 너무 높으면 다른 집들과 괴리감이 들 것 같아 90cm 높이의 검은색 울타리를 조성했습니다.
사실 입주하기 전 계획에 울타리는 없었습니다. 순전히 가을이 때문에 생긴 겁니다.
‘강아지를 묶어 놓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시골에서 흔하게 보이는 묶여있는 강아지가 무척 보기 싫었습니다. 개들이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시골 강아지들의 공통점은 평생 묶여 일생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농촌이라 바빠서 그렇겠지만, 묶어 놓고 밥만 주면 할 도리 다 했다는 식입니다. 추워도 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은 묶여있던 강아지들이 주인에 의해 도살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강아지 보셨나요?
가을이는 자라면서 기특한 짓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융통성이 있는 강아지로 변하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것은 얘가 아무 곳에나 용변을 보면 어쩌나였는데, 정말 기특하게도 정원 울타리 옆 한 귀퉁이에 화장실을 정해 놓고 그곳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는 소변 정도는 아무 곳에나 봐도 괜찮은데 녀석은 철저하게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기특한 것 두 번째는 사람을 가려서 짓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 주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집배원이나 택배 아저씨가 와도 짓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 뭔가를 가져다주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호의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기나 수도 검침원과 정수기 아주머님에게도 친근감을 표합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람이나 밤에 접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물어뜯을 기세로 맹렬히 짓습니다.
하는 행동이 이쁘다고 옆집에서 빵 조각을 울타리에 넣어줘도 먹지 않습니다. 평소 반기던 사람이 주면 먹을 만도 한데 사절입니다. 오로지 집주인이 줘야 먹는 행동. 별도로 교육을 시킨 것도 아닌데 정말 모를 일입니다.
가을이가 짓을 때가 또 있습니다. 뱀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입니다. 뱀에 대해 왜 적개심을 드러내는지 모르겠지만, 뱀만 보이면 집에 들어오는 길목을 막고는 큰 소리로 짓어 댑니다. 빨리 주인이 나와서 조치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지난해에는 꽃뱀 2회, 누룩뱀 1회, 살모사 1회, 도합 4번 뱀들이 침투하려다 가을이에게 적발돼 멀리 귀항을 보냈습니다.
또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쥐잡는데는 도사입니다. 웬만한 고양이보다 훨씬 잘 잡습니다. 보통 밖에 살던 작은 쥐들이 데크밑으로 들어와 살다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흰 가을이 덕분에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녀석은 함부로 밖에 나가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대문을 활짝 열어둬도 절대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울타리를 넘는 일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가을이 얼굴을 볼 때마다 미안해지는 그런 일입니다. 가을이가 6개월쯤 되었을 때 새끼를 낳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끼와의 가슴 아픈 이별도 그렇지만, 위생적으로도 새끼를 자주 낳게 되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터라, 아이를 중성화 수술을 시켰던 것입니다.
수술을 시킨 첫날, 강아지가 밤새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밤새 가을이를 꼭 껴안고 미안하다는 말을 수백 번은 했을 겁니다. 그 이후 녀석은 좀처럼 차를 타거나 혼자 밖에 나가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가을이는 물건을 절대로 헤집어 놓지 않습니다. 가을이가 어렸을 때 택배로 배달된 내 책을 찢어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의를 준 이후부터는 모든 물건에 대해 일체 손을 대지 않습니다. 간식을 줄 때도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먹으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절대 입을 대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얘는 복덩이 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가을이에게 주는 것
우리 가을이를 위해서 내가 하는 일은 새벽에 산책시키는 것입니다. 대문 밖으로 나와서 가을이에게 ‘위로 갈 것인지, 아래로 갈 것인지’ 묻습니다. 아래로 가면 강변 산책로, 위쪽으로 가면 산길입니다. 녀석이 가자는 곳으로 갑니다.
산책 중 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는 가능한 하지 않습니다. 냄새를 맡든 땅을 파든 그냥 내버려 둡니다. 덕분에 도깨비풀이 잔뜩 묻기도 하고 진드기가 달라붙기도 하지만, 제거해 주면 되니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풀어놓고 기르는 강아지한테 무슨 산책이냐’라고 하지만 강아지가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평소에는 집 밖에 나가면 큰일이라도 날것 차럼 요지부동인 녀석이 산책할 때만큼은 신나서 난리가 납니다.
산책할 때 외에는 목줄도 매지 않습니다. 가을이가 불편해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더울 때 목줄은 강아지에게 고역일 수도 있습니다. 산책할 때 좀 번거롭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녀석은 다행히 산책 갈 때 목줄 매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목줄을 매달라는 행동을 합니다. 그래야 산책을 간다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사람이 없는 산에 들어가 목줄 풀어 줍니다. 그러면 제 멋대로 산을 누비지만, 내 곁에서 반경 20m 정도는 꼭 유지합니다. 아마 주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산중 산책을 자주 했으면 좋겠지만, 만일 멧돼지라도 만난다면 녀석은 주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에 맹렬히 멧돼지와 싸울 것입니다. 부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간식은 정육점에서 감자탕용 뼈다귀를 사다가 핏물을 빼고, 끓인 후 냉장보관했다가 하루에 하나씩 줍니다. 치석예방에도 좋다고 하고, 이빨이 자라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녀석이 뼈다귀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만 원어치 사면 20일 정도 갑니다. 그 때문인지 사료비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녀석에게 들어가는 돈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데크에서 식구끼리 삼겹살 파티를 하는 날이면 내 옆 자리는 늘 가을이 차지입니다. 당연한 듯이 옆에 앉아 식구들과 함께 먹습니다. 가끔씩 앞발로 나를 툭툭 칩니다. 삼겹살이 익은 것 같으니 달라는 표현입니다. 그러다 보니 삼겹살 먹는 날은 녀석이 우리 식구 중에서 제일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가 우리에게 주는 것
우리 가을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큰 역할은 아무래도 경비일 것입니다. 밤에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것도 가을이 덕분입니다. 이젠 녀석의 짓는 소리를 들으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 텀이 길면 먼 곳에 수상한 물체가 있다는 뜻이고, 짧고 큰 소리를 내면 울타리 가까이 누군가 접근했다는 의미입니다. 거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면 뱀이 침범했다는 신호입니다.
가을이는 딸아이의 ‘강아지 공포증’을 고쳤습니다. 동물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알고 있습니다. 처음 딸아이와 가을이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대면대면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래도 퇴근할 때 자신을 반겨주는 가을이를 칭찬도 해 주다가 쓰다듬어 주기까지 하는 걸 보면 딸아이는 강아지 공포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합니다. 가을이가 딸아이의 고질적인 강아지 공포증을 완전히 치료를 해 준 겁니다.
정원에서 풀을 뽑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서 힘들 때 가을이는 제게 가까이 와서 얼굴을 핥습니다. 가을이의 눈빛에는 내가 땀을 흘리는 모습을 몹시 애처로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난 괜찮아’라고 말해도 자기가 괜찮지 않은 모양입니다. 강아지 때문에 힘을 얻는다는 게 이상하지만 실화입니다.
정원에 심은 과일나무가 해마다 풍년입니다. 사과가 풍성하게 달리고, 배도 가지를 부러뜨릴 기세입니다. 복숭아 맛도 기가 막힙니다. 가을이 때문입니다. 강아지 화장실에서 주워온 변을 과일나무 밑에 묻습니다. 그게 거름이 되어 맛있는 과일이 매년 주렁주렁 달립니다. 우리 강아지가 농사지은 결과물들입니다.
이상으로 강아지 보호소 같은 저만의 동물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