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가끔 목격하는 것 중 하나가 집을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입니다. 몇 년이 지났는지 흉물스럽게 방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건축사기에 해당된다고 보셔도 될 정도로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건축사기란 이런 것!이란 주제로 그 대표적인 유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적인 건축사기 유형
유형을 나누기에 앞서 제가 목격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집 앞쪽에 지난해 여름에 서울에 사는 분이 집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안방 유리를 통해 쉽게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어느 날 장비가 집 지을 곳의 터를 닦는 것이 보였습니다. 보통 기초를 파기 전에 평탄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절차대로라면 그다음에 설계도에 따라 기초를 파게 됩니다. 깊이는 건축주가 요청하면 2m, 또는 그 이상의 깊이로도 팔 수 있습니다. 보통 조사를 통해 지반의 강도, 안정성, 침하 등을 파악하고, 구조 설계서 대로 건축물의 무게, 형태, 재료 등을 고려하여 적정한 기초 깊이를 결정합니다.
1층짜리 전원주택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결심도는 지켜야 합니다. 동결심도란 한겨울 그 지역이 가장 추울 때 수돗물이 얼지 않는 깊이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건축에 관한 한 비전문가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기초를 전혀 파지 않고 평탄작업을 한 후에 거푸집을 대고 시멘트 타설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초도 통기초와 줄기초가 있는데, 땅을 전혀 파지 않고 줄기초를 하는 것을 봤을 때, ‘저건 좀 아닌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설 건 아니고, 건축주가 수시로 다녀가는 것으로 봐, ‘저렇게 집을 짓는 공법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시멘트 타설 위에 스티로폼 패널을 세우는데, ‘저 정도면 너무 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 두께는 지역의 조례로 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두꺼운 건 상관없지만, 기준보다 얇은 자재를 사용하면 준공이 나지 않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패널집은 잘못 시공하면 결로가 발생합니다. 습기가 차, 심하면 물이 흘러내리는 상태를 결로라고 합니다. 패널집의 결로가 유독 심한 것은 공기소통을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결로방지를 위해 패널이 맞닿는 부분은 강판을 벗겨내, 스티로폼이 맞물리게 합니다.
그 집은 그게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패널 철판 부분이 겹쳐진 부분, 맞닿은 부분이 많았고, 앵커를 이용한 고정도 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그럴 때 주인에게 말해봐야 좋을 것 하나도 없습니다. 시공업자 말만 믿는 건축주는 ‘우리 집을 네가 왜 간섭하느냐’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공사가 3일 정도 이어지더니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공사중단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도 흔히 있을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인부 수급에 문제가 있거나, 자재조달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공사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울에 사는 건축주는 건축에 대해서 전혀 몰랐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아주 저렴하게 시공을 해 준다는 업체를 만났고, 시공을 맡겼습니다.
업체에서는 ‘조금 있으면 건축자재 값이 상승한다. 그러니 미리 사 두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건축주에게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건축주는 집을 짓기도 전에 계약금 외에 자재대금을 모두 건축업자에게 줘 버렸습니다. 그렇게 이런 명목 저런 명목으로 공사업자는 건축주로부터 대금을 다 받고는 증발해 버렸던 겁니다.
이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건축사기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하지만, 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건축주는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공사업자를 찾았다한들 시공업자가 ‘나 감방 가겠다’라고 나오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싸다고 무조건 인터넷에서 찾은 업체와 계약할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인터넷 업체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일부 한두 업체로 인해 전체가 도매급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입니다.
터무니없이 싸다면 이유가 있습니다. 자재단가나 목수 인건비가 다 공개돼 있는데, 그것보다 싸다? 그건 의심을 해 봐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집을 짓고자 하는 지역의 업체를 선정하는 방법입니다. 그것 또한 소문만 믿지 말고, 그 업체에서 시공한 몇 군데 다녀보고, 실제 사는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눠보면 그 업체가 어떤 곳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마을 이장이 ‘어느 업체가 괜찮다’라고 했다면, 가능한 그 업체를 패싱 하세요. 시골에서는 이장들이 어느 정도 신임을 받는다고 생각해 ‘신규로 집을 짓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란 명목으로 공사업자들이 접근합니다. 이장들이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는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시공실적이 많은 업체를 선정하되, 반드시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과의 면담입니다. A/S부분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계약서 또한 토씨하나 빼뜨리지 말고 철저하게 확인해야 하며, 추가 요구사항은 꼭 넣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적 여건 또는 계절에 따라 추가해야 할 사항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다음번에는 ‘건축박람회를 통한 사기’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