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새가 탱크에 집을 짓게 된 사연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딱새가 탱크에 집을 짓게 된 이유입니다. 딱새는 시골 인가에서 흔히 목격되는 새 중 한 종류입니다.

딱새들과 더불어 살기

텃새로 분류되는 딱새 둥지는 주로 헛간이나 창고 등 사람들이 사는 주변에서 발견됩니다. 이 새가 왜 제비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게 되었는지는, 야생동물의 습격으로부터 인간이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는 본능 때문일 것입니다.

야생에는 족제비, 너구리, 산고양이 등 위협이 되는 동물들이 사방에 널려있습니다. 이들 동물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강합니다. 딱새는 그걸 이용해 인가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아기새를 참 많이 죽였습니다. 단순한 생각에 어린 새를 데려와 어미 대신 키우면 나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데려왔던 아기새들 대부분이 딱새였습니다. 집 근처에서 쉽게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그런 몹쓸 행동 때문인지 나는 딱새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원 주변에 딱새가 좋아할 만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정원에 새들이 모여 살면 좋은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정원에 자라는 나무에 농약을 치지 않습니다. 새들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정원에는 온갖 새들이 모여듭니다. 벌레들을 잡아먹기 위함입니다.

가을이나 겨울철에 새들이 우리 집 정원을 찾는 이유는 식물을 씨를 먹기 위함입니다. 이 씨들을 새들이 처리하지 않는다면 이듬해에 고스란히 잡초가 될 것은 뻔한 일입니다.

딱새가 탱크에 집을 짓게 된 사연이 시작된 곳입니다
딱새가 탱크에 집을 짓게 된 사연이 시작된 곳입니다

어린 딱새의 희생

이른 봄, 제가 일하는 안보전시관 나무 위에 새집을 하나 달았습니다. 제가 손수 만든 것은 아닙니다. 그런 재주도 없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나무로 만든 앵무새집이 있습니다. 이 집을 새들이 무척 선호합니다.

정원용 새집도 있는데 예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새들 입장이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정원에 앵무새용 집과 정원용새집을 달아 놓고 내린 결론입니다.

3월 초에 전시관 앞 벚나무에 3m 높이로 앵무새집을 매달아 두었습니다. 처음에는 쇠박새가 찾아와 들락거리더니 이내 자기보다 덩치가 조금 큰 박새에게 밀려났습니다. 그렇게 박새가 집을 짓나 보다 했는데, 이번엔 곤줄박이가 박새를 몰아냈습니다. 곤줄박이는 약간 막무가내 기질이 있는 새입니다.

곤줄박이로 낙찰된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4월 초 그곳에 집을 짓는 새는 딱새였습니다. 딱새의 집요한 공격에 막무가내 곤줄박이도 두 손을 든 겁니다.

이렇듯 자연에서 새들의 경쟁 또한 인간들 못지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안전한 곳에 집을 짓기 위한 장소 쟁탈전은 그야말로 치열합니다.

열심히 집을 짓고 2주 정도 지났을 즈음, 어린 딱새가 태어났음을 알았습니다. 어미가 번갈아 작은 벌레를 물고 연신 집을 드나드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뭐든 새 생명의 탄생은 축복입니다. 딱새집 근처를 멀리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열심히 둥지를 드나들어야 할 어미 딱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5분, 10분, 20분… 아무리 기다려도 딱새는 오지 않았습니다.

충격적인 아기 딱새의 희생

딱새가 탱크에 집을 짓는 모습입니다
딱새가 탱크에 집을 짓는 모습입니다

위와 같은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어떤 이유에서 어미딱새가 새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딱새는 새끼를 물어 옮기는 종류가 아니란 것입니다. 사는 장소가 불안할 때 새끼들을 옮기는 대표적인 새는 물까치와 어치, 멧새 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뱀의 습격입니다. 입구로 들어간 구렁이라면 대여섯 마리의 어린 새를 삼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가정도 설득력이 좀 약합니다. 최근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겨울잠에서 깬 파충류들은 그런 날씨엔 먹이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또 봄에는 굼떠서 3m 높이의 나무에 오르지도 못합니다.

생각다 못해 CCTV를 돌려보기로 했습니다. 화면을 보다가 경악했습니다. 범인은 고양이었습니다.

앵무새집은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들어진 구조라 고양이로부터 안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새벽 2시쯤 나무에 오른 고양이는 냄새를 통해 새끼 딱새들이 나무통에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러고는 구멍에 앞발을 집어넣어 발톱으로 어린 새를 찍어 올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30분여 그렇게 어린 새들은 몰살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밤새도록 이어진 어미새의 울부짖음은 허망함에 묻혔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목격된 어미딱새는 무척 수척해 보였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새끼들의 희생을 목전에서 지켜본 것 만으로 억장이 무너지지 않았겠습니까.

다행히 기운을 차린 어미딱새가 둥지를 지을 장소로 선택한 곳은 전시관 앞 탱크였습니다. 바퀴옆 50cm 높이입니다. 새끼가 태어나면 고양이 습격을 받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다른 곳에서 살라고, 그래야 안전하다고 훼방을 놓은다면 딱새는 ‘세상 못 믿을 게 인간’이란 생각을 할지 모릅니다.

어쩌겠습니까! 이 또한 인간들이 간섭하지 말아야 할 자연의 섭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