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구미 라는 마을을 아시나요? 한 때 전국 최고의 오지로 많이 알려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육로와 뱃길이 열려있어 오지라고 하기엔 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어쨌든 이번 글에서는 비수구미 여행과 그 정점에서 만나게 될 산채 비빔밥 소개에 이어 그 맛의 비밀을 낱낱이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수구미?
이 마을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하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기에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마을이 생겨난 것은 일제시대인 1940년대였습니다. 화천 댐이 건설되면서 강 밑바닥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해 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행정구역상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 동촌2리로 되어 있지만, 옛날부터 부르는 이름은 비수구미입니다. 1980년대 호랑이가 출물했다고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마을이기도 합니다. 호랑이가 맞는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출동했지만 결국 밝히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고양이과 동물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추측만 남겼습니다.
그 해프닝으로 이 마을은 전국 최고의 오지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육로가 없던 시절, 그곳에 가려면 1시간 여 걸리는 뱃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으니 오지 중 오지가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바위에 새겨진 ‘황장금표’라는 글귀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글이 아닌 한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무슨 표시일까요! 그곳에 있는 소나무는 베어서는 안된다 라는 의미입니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기 위해 소나무 보호구역을 지정했는데, 비수구미도 거기에 포함됐던 모양입니다.
아니, 한양에서 화천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은데 소나무 운반? 또 화천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은 험준한 협곡과 산들이 많아 소나무 운반은 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좀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말이 됩니다.
파로호가 생기기 전 비수구미 아래쪽 계곡은 북쪽에서 내려온 강물이 있었습니다. 이 강물을 따라 가면 서울 한강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뗏목을 만들어 소나무를 운반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그곳에 가면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비수구미 가는 길
비수구미 가는 길은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뱃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구만리 뱃터라는 곳에서 하루에 2회 운항하는 유람선을 타고 선장에게 내려 달라고 하면 됩니다. 뱃길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배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입니다. 목적지가 평화의 댐인 이 유람선이 비수구미까지 가는데 1시간30분 정도 걸립니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배의 성능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강변에 드문드문 민가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필수품은 자동차가 아닌 배입니다. 유람선이 빨리 달릴 경우 개인용 소형 선착장이 뒤집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서행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침 10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비수구미에 내리면 대충 11시30분 쯤 됩니다. 그곳에서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2시에 출발한 배가 평화의 댐을 돌아 나올 때 타고 나오면 됩니다. 만일 2시 배를 타고 늦은 점심을 먹고, 어쩌고 하다가 돌아나가는 배를 놓치는 날이면 산속 고아가 돼 버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길은 산악 임도입니다. 화천에서 평화의 댐 가는 길 중간 쯤에 터널이 하나 있습니다. 해산터널이란 곳입니다. 이 터널 길이가 1986m입니다. 굳이 터널 길이를 말한 이유는 길이 때문이 아닙니다. 여기에 역사적 사실(?)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 중반기에 당시 5공화국에서는 북한의 금강산 댐 건설을 발표하고, 국민 성금을 모아 평화의 댐을 착공했습니다. 그 해가 1986년이었습니다. 그 의미의 부각을 위해 터널 길이도 1986m로 맞췄던 것입니다.
이 터널을 지나자마자 우측을 보면 풀이 무성한 내리막길 임도가 보입니다. 이 길이 비수구미 가는 길입니다. 여기에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절대로 승용차가 진입해서는 안됩니다. 자칫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길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온통 울툴불툴 바위길입니다. 4륜 구동 차량 중 차체가 높은 차량만 진입이 가능합니다. 또한 경사도가 심하기 때문에 아스팔트 길만 다녀본 운전자는 가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나머지 진입로는 차량 진입이 가능한 곳입니다. 평화의 댐 도착 바로 직전에 우측이 비수구미 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한참 강변을 따라 가다 보면 주차장이 나옵니다. 그곳에 차를 세워 놓고 20여분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비수구미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 길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강변 길은 비포장이며 강변 옆은 암벽입니다. 언제 돌덩이가 떨어질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과, 비가 많이 내리면 이 길이 통제 됩니다. 그럴 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산채 비빔밥 집에 전화를 하면 그 식당 큰 아들이 배를 타고 나옵니다. 전화번호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있을지 몰라 남지지 않겠습니다.
꿀맛 같은 산채 비빔밥의 비밀

그곳에 도착하면 또 놀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마을이라는 곳에 집이라곤 딸랑 세 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중 한 곳이 장만동 엄마가 운영하는 산채 비빔밥 집입니다.
산골 식당이라고 우습게 알면 안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마치 TV에 나왔던 어느 맛집처럼 관광객들이 50여 미터 길게 늘어선 풍경을 보게 됩니다. 산골, 그것도 오지에서 겪는 그런 풍경이 이채롭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밥상, 온통 산나물 뿐입니다. 방금 지은 따뜻한 밥에 다양한 산채와 고추장 그리고 들기름을 넣고 비벼 한 스푼 입에 넣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맛있습니다. 한참 허겁지겁 먹다가 포만감이 들 즈음 스멀스멀 올라오면 의문, 이 맛의 비결이 뭘까?
비결은 딱 세 가지입니다. 이 식당 주인 할머니의 손맛! 너무 뻔한 말 같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근거가 있습니다. 10여년 전, 이 산채 비빔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들은 읍내 어떤 사람이 세세한 정보를 입수해 식당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3개월도 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아무리 그곳과 똑같이 한다고 해도, 어디 가나 흔한 그런 비빔밥이었던 겁니다.
두 번째는 비빔밥 재료인 산나물이 비수구미산 이라는 것입니다. 봄만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자 할것 없이 모두 산으로 출동합니다.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세 달 정도 뜯은 산나물은 1년 내내 관광객들 밥상에 올려집니다. 옛날 사람들은 단산이 있고 쓴산이 있다고 했습니다. 즉 단산에서 나는 산나물을 맛있는데, 쓴산에서 난 나물은 영 맛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곳 산이 단산이었던 것입니다.
세 번째는 시장기입니다. 그 먼 길을 숨 가쁘게 달려 왔으니 시장기가 극에 달할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50여 미터 줄을 서서 기다렸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식은 밥 한 덩이에 총각 김치 한 쪼각만 줘도 꿀맛일지 모릅니다.
자, 비수구미 산채 비빔밥이 맛있는 이유, 무엇이 정답일까요. 정답을 알고 싶다면 직접 체험을 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