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전원주택 집짓기

전원주택 집짓기, 탁상 구상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원주택 집짓기는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 로망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어느 정도 나이 들면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로망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도시에서 찌든 피폐한 육신에게 ‘쉼’을 줘야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머릿속에선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그리며, 숱한 집을 지었다 부쉈을 겁니다. 거기까지는 문제 될 게 전혀 없습니다. 현실이 아닌 상상 속의 전원생활 준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집니다. 당황스러움을 넘어 암담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겪는 경우가 70% 정도는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건축사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고 해도 현실을 도외시한 구상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원생활을 구상하고 있다면, 집을 지을 토지에 수십 번 나가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계절별로 해가 어디에서 떠, 어디로 지는지도 봐야 합니다. 그래야 주택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 오염원은 없는지에 대한 체크도 필요합니다. 서너 번 가 봐선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웃이 까칠하진 않은지도 미리 체크해 두는 것이 건축 시 민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텃세랍시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글은 3년 전 전원주택을 지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토지구입과 건축과정 그리고 관련 법령등에 대한 소개를 시리즈 형식으로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아파트와 나는 궁합이 맞지 않았습니다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 집짓기입니다. 아직 다소 미흡하지만 완성해 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 집짓기입니다. 아직 다소 미흡하지만 완성해 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전원주택)을 짓기 전엔 쭉 아파트에만 살았었습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 아파트였습니다.

일반단독주택에 비해 아파트는 여러 가지로 편합니다. 눈이 내렸다고 쓸어야 하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 주변에 풀이 무성하게 자란다고 해도 그건 관리실에서 처리할 몫입니다. 그런 것은 신경 쓸 대상이 아닙니다. 관리비만 내면 다 해결되니 그보다 편한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전원생활은 완전히 다릅니다. 집 주변에 풀이 나면 뽑아야 합니다. 1년에 6번 정도는 김을 매야 하는 현실에 괜한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땐, 눈이 올까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원생활. 그렇게 비관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전원주택에선 내 것이라는 대상이 생깁니다. 아파트에 살 때 정원에 무슨 나무가 있었는지, 어떤 꽃들이 피었었는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마 내 것이 아니라 공동 소유라는 생각이 강해 감상에 빠질 필요가 없어서였을 겁니다.

전원주택 집짓기를 마친 후, 전원생활을 시작하면 그 부분이 바뀝니다. 집 앞 나무 한 그루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습니다. 봄철에 나뭇잎이라도 나면 마치 ‘우리 집 나무만 잎이 난 것인 양’ 호들갑도 떱니다. 한 줌의 흙도 그렇게 소중할 수 없습니다. 허리가 빠질지언정 김을 매면 맸지, 제초제는 절대 뿌리지 않습니다. 행여 내 땅이 오염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제설작업을 하면 힘들 것만 같지만, 그렇게 고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내 집, 내 땅을 관리하는 일인데 라는 생각이 앞서면 즐겁기까지 합니다.

사실 아파트는 애초부터 나와 궁합이 맞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아내의 아파트 예찬만 아니었다면, 전원생활을 상당기간 앞당겼을 겁니다.

아파트가 내게 맞지 않았던 건, 사실 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휴일에 내가 했던 일이라곤 거실소파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때가 되면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돌아오는 일?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러다 나이 먹어 폐인 되기 딱 좋겠다’란 생각은 전원주택을 재촉했습니다.

  • 아침에 나를 반기는 강아지에게 안부를 묻고,
  • 울타리에 붙여 놓은 새집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도 인사를 건넵니다.
  • 정원을 거닐다 잔디 사이를 비집고 나온 잡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 마당 한 귀퉁이에 핀 살구꽃을 보며 행복을 느낍니다.

그런 상상을 병적으로 오랫동안 하며 살았습니다. 상상만으로 무한 힐링이 되곤 했습니다.

집권당과 수사기관, 법원, 그들이 맥을 같이 한다면?

공무원 정년퇴직을 3년 앞둔 어느 날, 아내를 설득해 아파트에서 8km 정도 떨어진 곳에 농지를 한 필지 구입했습니다. 3년 뒤 퇴직금과 아파트를 팔면, 나름대로 운치 있는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아니면 전생에 내가 결정한 시련이었을까요. 순탄할 줄 알았던 30년 공직생활에 파탄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면장으로 있을 때, 같이 근무했던 직원과 마을 이장이 거짓으로 ‘면장이 자신들에게 현 군수 선거운동을 했다’라고 고발을 한 것이었습니다. 증거나 물증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직 두 사람의 거짓진술이 유일한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법원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허술하고 의도된 조서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들의 얼토당토않은 진술을 인정했습니다.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천 년 전에도 ‘세 명이 호랑이를 봤다’라고 해야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인지 2명의 유사증언만을 가지고 법원은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집권당(2018년 당시)과 수사기관, 법원이 작당하고, 자신들이 공천한 사람을 단체장으로 만들기 위해 멀쩡한 사람 죄인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답답한 마음에 그 내용을 책으로 썼으나 별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세상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개하자!’

제 네이버 블로그 ‘나는 그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 코너에 매일 책 내용을 시리즈 형식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읽어 보시면 ‘이게 지금의 우리나라 수사 시스템이고, 정치적인 판결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농촌주택 개량사업 제도, 전원주택 집짓기가 가능했습니다

전원주택 집짓기 이야기를 하다 옆길로 빠진 것 같습니다. 위 이야기를 빼면 배경설명이 될 것 같지 않아 언급했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니 전원주택의 꿈은 물거품이 돼 버렸습니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주택신축은 고사하고 피해의식 속에서의 은둔생활로 온갖 병을 키웠을 겁니다.

공무원이 불명예 퇴직을 하면 퇴직금과 연금은 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자신이 냈던 금액만 받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전원주택을 짓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시골 아파트는 도시와 다릅니다. 지은 지 5년도 채 되지 않았던, 내가 살던 25평형 아파트는 1억 6천만 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2분의 1은 은행 지분입니다. 그러면 8천만 원 가지고 집을 지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어렵습니다. 2020년 건축 평당 단가는 경량 목구조의 경우 600만 원 정도였습니다.

30평형 전원주책 집짓기를 한다면 1억 8천만 원은 있어야 합니다. 그때 아내가 생각해 낸 것이 ‘농촌주택 개량사업 제도’였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하겠지만, 정부의 대도시 인구분산 정책의 일환으로 귀농 또는 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저리로 융자해 주는 제도입니다. 다행히 기존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도 무주택자일 경우 해당됐습니다.

‘1억만 융자를 받자, 그래서 1억 8천만 원 가지고 어떻게 든 해 보자’

그 생각을 배경에 깔고 추진한 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집입니다. 말 그대로 꿈의 전당입니다. 다음 글을 통해 주택 건축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이어나가겠습니다.

이상으로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원주택 집짓기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