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건축사기라기보다 ‘건축은 왜 하청을 주면 안 되는지’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타이틀을 5억 원 계약인데, 3억2천만 원짜리 집?으로 정한 이유입니다.
토목이나 어떤 공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전원주택 건물은 우리가 살기 위해 짓는 집입니다. 그렇기에 날림이 되어선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준공을 받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비가 샌다거나, 벽에 균열이 생긴다거나, 습기가 찬다거나 하면 십중팔구 부실공사입니다.
부실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설계대로 건축을 했다면, 절대로 부실이 될 수 없습니다. 설계대로 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문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원주택, 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함양 꼭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집은 겉모양만 보면 마치 별장같이 보였습니다. 일반인들이 봤을 때 말 그대로 ‘언덕 위의 하얀 집’ 같이 고풍스러운 그런 집입니다. 그러나 그건 일반인들이 봤을 때 이야기입니다.
건축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건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봤을 때, 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투입된 공사비를 알게 되면 ‘사기당했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기는 아닙니다.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건축물이었습니다.
문제는 건축주에 있었던 겁니다.
집을 짓기 전, 건축주는 대도시의 건축박람회를 찾았습니다. 박람회에 가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근사하고 실용적이며 폼나는 집들이 많습니다. 건축주는 긴 시간 상담을 마치고 한 대형 종합건축사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은 박람회에서 봤던 것과 달랐습니다. 아니 모양과 색깔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깊이 있게 들여다봤을 때 문제라는 것입니다.
건축주는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주택을 짓는 것에 대해선 별 관심도 없었고, 건축 관련 지식도 전무했습니다. ‘대형 업체에 맡겼으니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8개월여 공사를 마치고 건축주는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입주를 했습니다.
아침이면 앞산을 보면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가끔씩 저녁나절이면 지인들을 불러 삼겹살 파티도 했습니다. 이런 게 전원생활의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은 딱 1년 만에 무너졌습니다.

전원주택 신축, 5억 원으로 계약했는데, 3억 2천만 원짜리 집이라니…
장마철이 되자 벽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에 의해 벽채에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비가 새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경량 목구조는 물에는 쥐약이다라는 말을 들은 건축주는 공사할 때 받은 명함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이 되었지만, 그 업체가 폐업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건축주는 분명히 건축박람회에서 대형 종합건축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망했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건축박람회에서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했습니다.
“계약서에 원청에서 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따로 없지 않으냐”
건축주는 건축박람회에서 만났던 업체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청에 의해 건축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면 하청이 이루어지면 왜 문제가 되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원청에서 하청을 줄 때 그냥 넘기는 경우란 없습니다. 10%~20% 정도의 마진을 남기고 하청을 주게 됩니다. 건축주가 5억짜리 건축물 계약을 했다면 20% 일 경우 4억 원짜리 건축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치겠습니다. 하청이 또 다른 업체에게 하청을 주었을 때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4억 원에서 20%를 제외하면 3억 2천만 원짜리 건축물이 탄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을 건축주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청에서 하청을 줄 때 ‘건축주에게 하청임을 말하지 말 것’을 약속합니다. 하청이 또 다른 하청을 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당초 원청과 건축주가 계약한 설계대로 최종 하청업체에서 건축을 해야 하는 데 있습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절차로 시공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업체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입니다. 부실시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건축주가 좀 아는 사람이라면 ‘계약 당시 지붕구조는 이게 아니지 않으냐, 벽채도 이게 아니었다’라는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건축주는 그런 것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설계서를 볼 줄도 몰랐고, 당연히 원청에서 또 다른 업체를 시켜 정상적으로 시공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건축에 대해 좀 아는 사람에게 이 건물에 소요된 건축비를 말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잘못됐다’ 내지는 ‘사기다’라고 말했던 이유입니다.
5억짜리 건축물의 지붕구조는 아스팔트 슁글, 벽채는 스타코(스타코 플렉스 아님). 당연히 레인스크린은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목구조 건축물은 레인스크린이 필수입니다. 공기소통을 통해 목재가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전원주택 건축, 하청을 막는 법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축박람회를 방문하는 건 매우 바람직합니다. 건축물의 발전과정이라든지 새로운 공법을 비롯해 신자재 등에 대한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으며, 향후 전원주택 동향에 대한 지식도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나서 건축주는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계약할 때 반드시 원청에서 시공~준공까지 책임져 줄 것을 계약서상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청을 할 경우 건축중단과 그에 따른 비용 등 손해 부분에 대해 원청에서 책임질 것을 추가로 넣는 것도 필요합니다.
집을 지을 때 건축주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건축물의 주요 부분 시공 시에는 반드시 현장을 살펴보고, 원청 직접시공 여부도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