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이긴 나라를 잡은 국가는?이라는 질문에서 도출된 대한민국의 위상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것입니다.
오늘(2023. 6. 5) 열린 U-20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나이지리아를 1:0으로 이기고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생뚱맞게 축구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축구라는 종목이 우리나라 위상을 비롯한 국가 이미지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 위함입니다.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이긴 나라를 잡은 국가는?
6월 5일 미국대 우루과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준결승 4팀이 결정됐습니다. 4강에 오른 4팀은 이탈리아, 대한민국, 우루과이, 이스라엘입니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 1, 남미 1, 유럽 2개 팀입니다. 사실 이스라엘은 조금 모호하긴 합니다. 위치로 볼 때 이스라엘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교차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70년대엔 월드컵이나 올림픽 축구예선전을 벌일 때 이스라엘은 아시아에 속해 있었습니다. 이후 유럽축구연맹 (UEFA)으로 소속이 변경됐습니다.
2023 U-20 월드컵 4강이 결정되자, 축구에 별관심을 보이지 않던 세계인들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이란 질문을 던집니다. 브라질은 축구의 대명사로 정평이 나 있는 나라이고, 아르헨티나는 이번대회 개최국이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한테 0:2로, 브라질은 이스라엘에게 2:3으로 졌대!”
대단한 이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세계의 축구 애호가들이 봤을 때 ‘듣보잡’입니다. 분쟁이나 군사력에 관한 것이 아닌 축구로 봤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런 이스라엘이 운 좋게 4강까지 올라온 것이 아닙니다. 예선전에서 아시아의 강호 일본을 잡더니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브라질까지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면 아르헨티나를 잡은 나라는?”
아르헨티나는 U-20 월드컵 6회 우승국입니다. 더군다나 홈그라운드 이점까지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이 둥글다는 말이 있듯이 나이지리아에게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2:0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나이지리아를 이긴 나라는 어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던 것입니다. 서두에 썼던 내용처럼 우리나라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나이지리아에 1:0으로 승리했습니다. 볼 점유율이나 유효슈팅 같은 건 따지지 않겠습니다. 90분 내내 밀리는 경기도 전술일 수 있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어디야?”
지구촌 많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겠고, 우리나라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사소한 일 같지만, 위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높아지는 국가인지도는 상상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문에 한국을 알게 된 사람은 수십억 명
우리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프가니스탄 보다 더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2003년도에 영국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햄버거 매점에 들어섰을 때 점원이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일본사람인가요?”
“아닌데요…”
“그러면 중국분이시군요?”
“아닌데요…”
“그럼 뭐예요?”
지금은 좀 나아졌을지 모르겠지만, 점원은 ‘나처럼 저렇게 생긴 사람’은 일본사람 아니면 중국사람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머릿속엔 한국이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자,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2002년 전까지 한국이란 나라가 지구촌에 있는지 조차 몰랐다는 그는 월드컵 4강 때문에 알게 되었었는데, 깜박 잊었다고 했습니다.
깜박 잊은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2002년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그 청년은 지금도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관심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아!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지성이나 손흥민 때문에 우리나라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젠 남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여성분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랍니다. 그다음에 싫어하는 이야기는 축구이야기.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는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습니다.
이젠 옛날이야기인 듯합니다. 여자축구의 인기도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축구장 관중 분포가 여성비율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과거엔 여군이 참 귀했습니다. 육군본부 정도의 상급부대나 군 병원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젠 여군들도 부사관, 장교의 직책을 부여받고 남성들과 똑같이 전방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늠름하기까지 합니다.
좀 있으면 아마 남자들이 여성들로부터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다시 이야기를 축구로 돌려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점점 높아지는 축구의 관심이 U-20 월드컵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았습니다. 이 추세라면 2019년 대회에 이어 결승전까지 무난히 오르고, 대회 첫 우승국도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간절한 응원이 있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