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스24에서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
오늘은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합니다. 20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저는 예스24 단골이었습니다. 연간 50권 남짓, 누적으로 따지면 1,000권 가까운 책을 그곳에서 샀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 조용히 거래처를 바꿨습니다.
이유는 예스24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예스24의 포인트나 할인제도 등에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그런데 거래처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교보문고의 경열철학 때문입니다.
20년 예스24 단골이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를 생각하게 된 계기
발단은 우연히 접한 영상 한 편이었습니다. 서울 광화문 지하에 자리한 교보문고 본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보다가 멈칫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공간이 대한민국 한복판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이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절대 문을 닫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연간 36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2023년 기준). 보통의 기업이라면 당장 폐업 수순을 밟을 숫자입니다. 그런데 교보문고는 도리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고, 알고 나서는 오래된 소비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광화문 황금 땅을 서점에 내준 이유 —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의 시작
런던, 뉴욕, 도쿄. 글로벌 핵심 도시의 심장부에는 어김없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최고급 상업 시설들이 들어섭니다. 그런데 땅값이 상상을 초월하는 서울 광화문 지하에는 서점이 있습니다.
교보문고를 세운 대산 신용호 회장의 결단은 단순했습니다. 황금 거위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거대한 서점을 밀어넣은 것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 “서점이 곧 국력이다“라는 믿음이었습니다. 당장의 임대 수익 대신, 이 공간에서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훗날 대한민국을 이끌 인재가 될 것이라는 거대한 국가 설계였습니다.
오늘날 한국이 전 세계 첨단 기술의 표준을 주도하고, K-콘텐츠로 글로벌 문화 패권을 쥐게 된 저변. 그 저변에는 이런 압도적인 지식 인프라가 버티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서점 운영 철학 —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의 핵심
해외 유력 매체와 외국인 방문객들이 교보문고를 보고 가장 경악하는 포인트는 운영 방식이라고 합니다.
초등학생 고객에게도 반드시 무릎을 굽혀 존댓말을 씁니다. 바닥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절대 눈치를 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책을 몰래 챙겨가는 사람조차 조용히 타일러 망신을 주지 말라는 지침이 있다고 합니다. 이건 단순한 친절이 아닙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이 철학 아래, 교보문고는 장사하는 공간이 아닌 전 국민을 품어내는 배움의 성전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광화문점은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적자를 버티는 구조 — 그리고 그것이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가 된 까닭
물론 현실적인 질문이 생깁니다. 어떻게 이 출혈을 감당하느냐고요. 모기업인 교보생명이 보험으로 벌어들인 자본을 방패 삼아 서점의 적자를 온몸으로 막아냅니다. 2021년 한 해에만 1,5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한 기업이 자신들의 이윤을 국가의 지적 자산을 지키는 데 쏟아붓는 이 구조. 저는 여기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책을 판다는 행위가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지식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말입니다.
예스24는 분명 편리합니다. 20년 동안 저도 그 편리함을 충분히 누렸습니다. 하지만 교보문고에는 편리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가장 비싼 땅을 기꺼이 국민의 미래를 위해 내어주는 고집. 그 고집이 이어지는 한, 저는 그쪽을 이용하고 싶어졌던 것입니다.
예스24 20년 vs 교보문고 — 내가 선택을 바꾼 이유의 정리
오해는 없으면 합니다. 예스24가 나쁜 서점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배송은 빠르고, 포인트 적립도 좋고, UI도 익숙합니다. 20년 단골에게 쌓인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어느 순간 ‘어디서 살까’가 아니라 ‘어디에 쓸까’라는 질문으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연간 50권, 1년에 수십만 원을 책에 씁니다. 그 돈이 어떤 생태계를 지지하는가에 대한 작은 선택.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는 결국 그 물음에 대한 저만의 답이었습니다.
마치며
수십 년의 적자 앞에서도 지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고집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저력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인상에 남습니다.
거창한 애국심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공간이 계속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 그게 제가 교보문고로 거래처를 바꾼 이유의 전부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서점을 주로 이용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