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힐링
전원생활 힐링과 관련해 이번 글에서는 새(Birds)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내가 꾸민 정원에 새들이 찾아오고, 둥지도 짓고, 번식을 하는 것을 보는 것 만으로 더할 나위 없는 힐링입니다.
새들은 무척 민감합니다. 스스로 판단해 집주인이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곁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원에 새들이 집을 짓고 같이 산다는 건 축복받은 일입니다. 그 한해 좋은 일이 있을 거다라고 믿어도 괜찮을 겁니다.
전원생활, 정원에 둥지를 짓는 새들
전원생활 중 힐링을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 새들을 보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새들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딱새 : 시골에선 무당새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칭하는 건 이 새들이 굿을 하는 행위를 해서가 아니라 수컷이 좀 화려하게 생겼기 대문일 겁니다. 붉은색과 검은색, 흰색이 섞인 수컷은 암컷의 수수함에 비해 좀 요란하게 생긴 편입니다. 보통 새들은 암수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는데, 딱새는 확연히 암수가 구별됩니다.
이 새가 주로 집을 짓는 곳은 시골집의 처마밑처럼 움푹 파여 엄폐에 용이한 곳입니다. 가끔 우편함에 집을 짓는 것이 목격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 새의 특성을 파악했다면 겨울철 막바지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나무통 새장을 정원수나 울타리에 걸어두면 거의 100% 유인할 수 있습니다. - 박새 : 이 새는 암수구별이 어렵습니다만, 자세히 관찰하면 색깔이 좀 선명한 녀석이 수컷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평상시엔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편인데, 번식철이 되면 인가로 내려오는 습성이 있습니다. 아마 야생에서 들고양이나 족제비 등의 위협을 받는 것보다 그나마 인간이 보호를 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이 새는 주로 깊지 않은 굴속에 집을 짓는 게 특징입니다. 가끔 큰 꽃병에 집을 짓는 녀석도 있고, 블록을 쌓아 놓은 틈바구니에 집을 짓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새를 유인하는 방법은 아주 이른 봄에 송판으로 원통형 또는 사각통을 만들어 비치해 놓으면 이 새를 초청할 수 있습니다. - 뱁새 : 배바리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는데, 표준어로 붉은 머리 오목눈이입니다. 겨울철에는 군집생활을 하다가 번식기인 봄이 되면 암수 한쌍이 정해집니다. 이 새의 건축기술은 정말 뛰어납니다. 나뭇가지에 마른풀과 거미줄을 옳아 매 둥지를 만드는데, 견고하고 앙증맞기 그지없습니다. 조그만 몸집을 가진 새가 부리만을 이용해 그런 둥지를 짓는다는 것은 불가사의에 가깝습니다. 손을 가진 사람도 절대로 그런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집을 짓는 새입니다.
정원 경계수로 쥐똥나무나 조팝나무 등의 떨기나무류를 심었을 때, 이 새들을 초청할 수 있습니다. 높이는 지상에서 1m 50cm 정도로 낮은 곳에 집을 짓는 편입니다. 지난해 저희 집에는 가시오갈피 나무 울타리에 둥지를 틀었었는데, 평소엔 요란스럽게 떠들던 녀석이 얼마나 조용히 지냈는지, 새끼들이 둥지를 이소 할 때쯤 눈치를 챌 수 있었습니다. - 물까치 : 이 새도 가끔 정원에 둥지를 짓습니다. 이 새 크기는 비둘기만 한데 비둘기보다 조금 날렵하게 생겼습니다.
정원수로 2m 이상되는 큰 나무를 심었을 때 서식처로 정합니다.
포도덩굴이나 구상나무처럼 나뭇가지 때문에 아래에서 잘 보이지 않는 3m 정도 높이에 나뭇가지를 이용해 집을 짓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알을 품을 때까지는 별문제 없이 공존할 수 있는데 부화했을 때가 문제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신뢰감을 주어서 집주인 얼굴을 익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곤줄박이를 유인해 보세요. 집을 짓는 것은 박새와 아주 비슷합니다. 그러고 보니 색깔만 다르지 박새와 좀 비슷한 부분이 많은 새가 곤줄박이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새는 비교적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데 비해 곤줄박이는 사람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새입니다. 겨울철 손에 땅콩을 올려놓으면 와서 받아가는 새가 곤줄박이입니다. 둥지는 박새에 준해서 설치하면 됩니다.
그 밖의 야생 조류들의 재미있는 점들
둥지를 가장 볼품없게 짓는 새를 꼽으라면 저는 멧비둘기를 말합니다. 나뭇가지 몇 개를 딱 알이 새지 않은 만큼만 걸쳐 놓고 부화를 하는 것이 멧비둘기입니다. 4월이나 5월, 인근 산에 들어갔을 때 낮은 소나무 가지나 덩굴을 보면 가끔씩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새들과 달리 알을 딱 두 개만 낳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꾀꼬리는 뱁새에 버금가는 건축가입니다. 인간이 근접하지 못한 10m 정도 높이의 나무를 택해 가느다란 가지에 마른풀을 칭칭 감아서 둥지를 짓습니다. 관찰하다 보면 정말 경이롭기까지 한 새가 꾀꼬리입니다.
야생조류 보호법 시행에 따라 과거엔 흔하지 않았던 꿩둥지도 가끔 목격할 수 있습니다. 알을 10개 이상 많이 낳는 새 중 하나입니다. 크기는 계란보다 약간 작고 동그란 편입니다. 부화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어미꿩(까투리)을 맞닥뜨리면 마치 자신이 부상이라도 당한 양 절뚝이면서 사람을 둥지 반대방향으로 유인하는 것을 보면 진한 모성애를 느끼게 합니다. 그럴 땐 얼른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할미새는 사람이 둥지 가까이 접근하면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습성이 있는 새입니다. 큰 원으로 돌면 둥지가 사람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고, 요란하게 짓으며 원을 작게 형성하면 바로 인근에 둥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할미새가 똑똑한 듯 보이지만, 그런 면에서는 그다지 영특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뻐꾸기 탁란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뻐꾸기가 주로 선택하는 새는 뱁새와 딱새입니다. 아마 딱새와 뱁새는 모성애가 강한 새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야생에서 탁란에 의해 뱁새나 딱새에 의해 길러지는 뻐꾸기 새끼를 보았을 때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새 머리?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새들은 아무 때나 번식하지 않습니다. 가을이나 이른 봄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새끼들에게 먹일 벌레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봄날 새들이 둥지를 짓기 시작해 2주간 알을 품고 아기새가 태어났을 때는 정확히 벌레들이 왕성한 시기입니다. 그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새들입니다.
인간들을 그런 거 잘 모릅니다. 새들만 보유한 예지능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찍 새끼들을 길러낸 새들은 두 번까지 부화하는 새들도 있습니다. 딱새와 박새가 대표적입니다.
추석쯤에 새로 집을 짓는 새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시기에 집을 짓기 시작해 부화를 시키게 되면 10월쯤 될 텐데, 모든 벌레들은 동면을 위해 번데기 체제에 들어갑니다. 당연히 새끼에게 먹일 먹이가 없기 때문에 가을철에는 새끼새를 볼 수 없습니다.
닭이나 집에서 기르는 양조와는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닭이나 양조는 어차피 사람에 의해 길들여졌기 때문에 계절에 관계없이 부화를 합니다. 특유의 습성을 잃었기 때문이 아닌 ‘사람이 보살펴 줄 것이다’라는 믿음에서 생겨난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상과 같이 이번 글에서는 전원생활 혹은 야생에서 볼 수 있는 새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습니다.